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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은 직원들이 하고 돈은 당신이 번다. 그게 합의 사항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유권이죠. 우리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그저 그곳에서 일을 할 뿐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거래라는 얘기죠?”

“네, 회사가 우리 소유니까요. 따라서 돈도 우리가 가져갑니다.”

“그러면 직원은요?”

“그들은 지시받은 일을 합니다.”

“그들의 일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 즉 부를 창출하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그런 면도 있지요.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급여만큼의 일 말입니다.”

“그렇지만 부를 창출하는 것이 그들인데, 어째서 이득을 챙기는 것은 당신들인가요?”

“우리가 리스크를 감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떤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감수한단 말입니다.”

“리스크라니요?”

“우리는 지분 구매에 큰 돈을 지불했습니다. 그것을 되팔 때는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돈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짊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지분을 구매했습니까?”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상태에서 운영만 제대로 하면 남는 게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그게 전부 우리 것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주주가치라는 것입니다.”

“남는 게 많지 않으면요?”

“많이 남도록 만들어야죠. 항상 경영자들이 방심하지 않고 성과를 올리도록 주문해야 합니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원가는 줄이도록 채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바로 시장의 원리라는 겁니다. 쉼 없이 우리의 위대한 경제를 굴리는 원동력, 그것은 바로 시장의 창조적 혁신입니다.”

“그러면 그건 어떻게 성취할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경영자를 고용해야겠죠. 그들에게 시세에 맞는 급여를 주고 열심히 하라고 지시하면 됩니다. 더 좋고 더 저렴한 상품을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내라고 말입니다.”

“비용은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요?”

“자동화 및 IT 시스템을 도입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운영비가 더 적게 들어가는 중국 같은 곳으로 사업체를 이전하면 됩니다. 방법이야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감수하는 리스크라는 것이……?”

“저들이 괜찮은 제품을 기획하지 못하거나 비용을 신속하게 줄이지 못하는 것, 제때에 적당한 인원을 자르지 못하는 것 등등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일만 제대로 해주면, 우리는 거금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런 게 소유권이죠.”

“적당한 인원을 자른다…… 그러니까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리스크를 떠넘김으로써 당신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셈이군요?”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빨리 처리해줄수록 더 좋고요.”

“그건 분명 직원들과 리스크를 공유한다는 의미 아닙니까? 그렇다면 보상도 공유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맡은 일에 걸맞은 급여를 받습니다. 잉여분은 우리가 챙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떻게 그게 당연하죠? 당신은 일정량의 현금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모든 이윤을 가져갑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자신의 근로 생활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자신이 창출하는 부는 전혀 공유할 수 없다니요?”

“억지 부리지 마세요. 원래 그런 겁니다. 끝내주는 시스템이라고요. 소유권은 당신을 어마어마한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저 받아들이고 향유하세요. 이건 훌륭한 합의입니다.”


원래 그런 거라고요?
누가 언제 그렇게 정한 건가요?

위 글은 출판사 ‘레인메이커’에서 번역 출간한 데이비드 에르달(David Erdal)의 저서 『사장의 회사 vs 사원의 회사(Beyond the Corporation: Humanity Working)』에서 인용한 대주주(오너)와의 대화 내용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주주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개념입니다. 주주가치란 결과일 뿐, 결코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당신의 사원과 고객, 그리고 제품입니다.” (GE의 전임 CEO 잭 웰치)

원문: 곽숙철의 혁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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