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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한국 증시가 25일에도 맥없이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63%(34.28포인트) 떨어진 2063.30에 마감하며 전날의 연저점(2092.10)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29일의 고점(2607.10) 대비 22%나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연저점(672.17)을 찍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에 종가 686.84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야속한 추락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약해질대로 약해진 투자심리는 연내 회복될 수 있을까. 조선비즈는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주식시장 부진에 대한 의견과 향후 전망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패권 다툼의 한 형태이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한국 증시도 당분간은 녹록지 않은 나날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 미·중 힘겨루기 장기전에 등 터지는 한국 증시


최근 증권가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악재성 이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다. 전문가들은 무역갈등 이슈가 아직까지는 실물 경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9월까지의 미·중 무역지표는 매우 양호하다"며 "위안화 약세와 제한적인 관세 범위가 큰 충격을 불러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아직까지 실물 부문에서 무역분쟁 영향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분쟁의 장기화 조짐이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갈등 격화와 분쟁 영역 확대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의 하방압력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서도 무역갈등의 부정적인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11월 중간선거 이후 분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약화됐다"고 전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미국과 중국의 거친 기싸움은 한국 증시 참여자들의 경계심을 키우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무역분쟁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당분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는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특히 걱정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단순 분쟁이 아닌 패권 다툼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며 "환율 전쟁으로 번진다면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속도나 제재 방법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최근 터진 ‘스파이칩’ 사건 때문에 미국에서는 국가안보 이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실적악화…첩첩산중


무역분쟁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갈 길 바쁜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악재는 또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 기업들의 실적 우려, 중국 경기 둔화 등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금리 인상이 야기한 달러 강세가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를 키우며 투자심리를 뒤흔들고 있다"고 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무역·IT 등 주요 업종의 내년도 실적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24일(현지 시각) 나스닥지수가 5% 가까이 급락했는데, 사실상 조정국면에 진입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분쟁 이벤트가 가뜩이나 높아진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불안심리에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 홍 팀장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미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선제 안내)가 하향 조정되며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금보다 격화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증시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 제조업과 투자지표가 하반기 들어 둔화되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는 점도 한국에는 커다란 악재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GDP(국내총생산)도 예상치를 하회한 6.5%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투자중심 부양책을 쓸 수는 있지만, 내년 중반 이후는 돼야 경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신지윤 센터장은 "당장 11월에 발표되는 중국 제조업 지표와 투자 관련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韓증시 단기간 반등 어려워…수출주·배당주 주목"


전문가들은 바닥을 기고 있는 한국 증시가 당분간 상승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조언을 남겼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 축소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주가 수준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며 "적정가치를 크게 밑돌아 투자매력은 커졌으나 변동 위험을 감안할 때 점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현 센터장도 "단기간 급락으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반등을 기대하게 할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고 개인의 손절매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센터장은 "현재 지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야 하는 수준"이라며 "설왕설래(說往說來)의 여지가 있으나 공포에 휘둘리기보다는 반도체·정유·철강·화학 등 핵심 수출주를 중심으로 옥석가리기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조정으로 배당투자에 대한 매력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며 "저점매수 고점매도 전략보다는 배당주 물색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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