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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사덕 닮은, 그는 누구인가
리스완(이하 리):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김도균(이하 김): 트래블메이트 대표입니다.
리: 구인광고 반응은 어떤가요?
김: 정말 반응이 좋네요. ㅍㅍㅅㅅ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리: 축하드립니다. 저도 뿌듯하군요.
김: 문제는 다 나무주임, 남주임을 스카우트하려는 메일이 대부분이라는…
리: ……
김: ……
리: 이왕 구인 광고로 시작한 거 본격적으로 회사를 어필해 봅시다.
김: 여행용품을 제조, 유통, 판매하는 Travel Mate 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고요, 직영 온라인쇼핑몰은 줄곧 업계 1위고, 지금은 인천공항,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몰 등에 14개 매장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리 : 회사소개서를 보니 팀명 작명이 참 특이한데요, 남다른 온라인팀, 기발한 MD팀… 이 오글거리는 이름은 누구 센스인가요?
김 : 작년 초 조직개편할 때 각 팀에서 알아서 정했어요. 사실 이게 뭐 그리 특이한 짓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요즘 들어 회사소개를 본 분들이 참 특이한 팀명이네..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참고로 아직 팀장 없는 마케팅팀은 ‘슈퍼마케팅팀’입니다. 슈퍼맨팀장님 찾습니다(…)
리 : 회의실 이름도 독특합니다?
김 : 홍콩, 시드니, 파리.. 외국도시 이름을 붙였죠. “이대리 어디갔나” 물을 때 “홍콩에서 회의 중 이고요, 오후엔 시드니에서 신규업체 미팅 있습니다.”하면 멋지잖아요.
리: …..
리: 사전조사 해보니 몇 년 전, 모 항공사와의 ‘명의회손’ 사건으로 유명하던데 무슨 정신으로 그랬나요?
김: 음… 잠시 제가 미쳤었나 봅니다.
리 : 자세히 그 때 상황을 소개 좀…
김 : 뭐.. 네이버 검색하면 사회면 기사로 많이 뜹니다.
리: 그 분께 덤빌 정도면 깡다구는 있어 뵈는데, 제대로 돈은 좀 버나요?
김: 연간 판매액이 200억 정도… 됩니다.
리: 부럽다…..
김: ……
리: 농구, 아니… 여행은 좋아하세요?
김: 대학 때 여행을 많이 다녔죠. 원래는 남중, 남고, 군대(막장테크)를 거친 평범한 복학생 아재였죠. 그런데 복학 후, 배낭여행 다니며 문화적 충격을 받고 자연스레 성숙해진 거 같아요. 90년대 중반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1년정도 생활했는데, 시드니 시내에서 마디그라라는 동성애 축제를 보면서 숨겨왔던 나의 성적 취향을 깨달았…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충격 받기도 했죠. 20년 전에요.
리: 뭐, 한참 늦었지만 한국에서도 퀴어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죠.
김: 그렇죠. 교회 협찬으로 부채춤도 추고… 아무튼 저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여행 다니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덕분에 저도 돈 좀 벌고(…)
2. 금수저도 없이 시작한 무모한 사업
리: 이력을 보니 딴지일보 초대 편집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이런 대형기업을?
김: 그 때가 99년말 정도였는데, 당시엔 딴지일보가 지금의 픗픗처럼 잘 나가는 매체였고, 외부투자도 받으며 조직도 커지는 시기였어요. 그 땐 거의 일주일에 한번 집에 가는 정도였는데, 5일 연속 야근하고 회사 3층 침대에서 귀신을 봤어요. 더 이상 일하다가는 내가 귀신이 될 거 같아 그만 뒀죠. 그리고선 좀 놀다가 이왕 놀 거 제대로 외국 가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에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게 트래블메이트였죠. 장사 바짝해서 여행 가자고 친구 몇 명도 꼬드겨 합류시키고…
리: 그래서 여행은 잘 다녀 오셨나요?
김: 원래는 해수욕장 파라솔 장사처럼 여름시즌에 잠깐 팔고 9월부터 친구들과 여행 가려고 시작한 건데, 막상 시작해서 주문이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니깐 문을 닫기가 힘들더라고요. 여행 가겠다는 꿈은 어디로 가고, 남들 여행만 보내고 있습니다.
리: 왜 하필 여행용품을 선택하게 됐나요?
김: 제가 대학시절에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카오산로드 같은 배낭여행자 거리에 가면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다 모이잖아요. 그 때 보니깐 얘네들은 때깔 좋은 여행용품이랑 여행배낭을 가지고 다니더라고요. 우린 아버지가 쓰던 철제프레임 등산배낭 메고 다니고 그랬는데… 그래서 괜찮겠다 싶어 시작했죠.
리: 판매하는 상품수가 엄청 많던데 직접 제조한 건가요?
김: 지금은 판매상품이 3,000가지가 넘지만 처음 시작할 때 9개 제품으로 시작했어요. 여행용배낭이랑 복대 정도로요. 홈페이지도 뚝딱뚝딱 만들고, 제품사진도 직접 다 찍고요. 그런데 여행용품 시장 자체가 없다 보니 국내에선 좋은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서 외국에서 수입해 오기도 했고… 지금은 자체 제조상품만 300여 가지가 넘고요, 자체 브랜드 매출비중은 50% 정도돼요.
리: 중간에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김: 원래 창업 스토리는 중간에 우여곡절과 좌절을 겪어야 하는데… 뭐 제 생각보다도 더 잘 되더라고요. 대체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로 왔어요. 운 좋게 여행산업은 매년 출국자도 늘어나고 산업 자체가 계속 커졌기 때문에 저희도 덕분에 따라서 어려움 없이 성장한 편이에요.
3. 백화점 매장 오픈, 방만경영의 시작인가?
리: 온라인에서 잘 나가면서 사옥도 사고 돈도 제법 벌었다는데, 갑자기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김: 뽀대?
리 : …..
김: 온라인에선 우리가 나름대로 잘 나가는 1등 브랜드인데, 또 한 쪽에선 “그래봐야 니넨 온라인 브랜드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어요. “온라인브랜드 = 싼 맛에 사는 제품” 같은 인식도 있구요. 그러면 안되는데, 그런 거에 뭔가 또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뭐, 오프라인은 대단한 게 있다고… 까짓 것 우리도 매장도 내 보자. 이왕 내는 거 크고 좋은 백화점에다가 내 보자.” 이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덕분에 경험이 없어 X고생하고.. 나무주임남주임도 매장 세팅에 끌려 다니고…
리: 지금은 매장이 몇 개나 되지요?
김: 본격적으로 매장을 시작한 지가 4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현대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롯데몰 Big3 유통망에 모두 입점해 있고요. 매장 수는 14개가 되었죠.
리: 샘소나이트, 만다리나덕 같은 빅 브랜드와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는 건가요?
김: 아뇨. 그럴 생각은 없는데…
리: …..
리: …..
김: 사실 기존업체와 경쟁을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 경쟁하겠다는 생각이에요. 저희가 오프라인에서 경쟁하는 업체들은 큰 글로벌 브랜드거든요. 예산 크기, 브랜드 인지도나 매장 숫자도 엄청나게 차이나죠. 이왕 시작한 거 경쟁을 안하고 싶다고 피할 수만은 없어요. 하지만 똑같은 방식이 아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리: 우리만의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김: 유명 모델 쓰고, 지상파 광고하고, 전면광고 때리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큰 자본력 없이도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로 멋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요.
리: 차별화 포인트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 글쎄요… 마케팅적으로 보면 마케팅 팀장이 없다는 게 포인트랄까..
리: ……
김: 저흰 유명모델도 안 쓰고, 광고/마케팅 빨도 없으니 결국 본질적으로 제품의 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고객은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우린 엄청 제품 디테일에 힘써요. 브랜드파워가 높지 않은데 제품 만족도까지 낮으면 금방 외면 받죠. 특히 온라인에서 더욱 그렇고요. 후기 100개 좋아도 맨 위 후기 하나 나쁘면 바로 입소문 퍼지고 구매율도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4. 트래블메이트, 극적으로 낮은 반품률의 실체는?
리: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김: 저희 회사에 없는 게 악성재고와 땡처리에요. 가능한 소량생산을 통해 재고수준을 낮추고, 만들어진 재고는 100% 우리 회사 내에서 관리해요. 총판이나 대리점을 두고 제품을 밀어내면 매출이 크게 늘겠지만 제품 컨트롤이 안되고 가격이 깨지거나 하죠. 원체 마진도 적은 편인데 가격변동도 심하면 고객에게 욕먹기 쉽고요.
리: 땡처리 안 하면 재고 관리가 힘들지 않나요? 삼성처럼 화형식(…)이라도 하는지?
김: 섬유나 플라스틱 제품 화형식하면 환경법 위반으로 대표가 쇠고랑 찹니다.
리: ….
김: 그리고 사실 여행용품은 좀 달라요. 일반 의류처럼 SS/ FW 같은 시즌개념이 없어요. 제품 수명도 대체로 길고요. 또 여행용품은 가격에도 그리 민감하지 않아요. 할인한다고 확 나가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필요에 의해 사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사는 경우는 좀 없어요. 충동적으로 좀 사야 제가 먹고 사는데(…).
리: 한때 아웃도어 업계가 잘 나갔고, 다음 흥할 아이템으로 여행용품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던데, 여행용품 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 음… 정말 다른 업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획기적으로 반품률이 낮아요.
리: 그건 또 왜죠?
김: 맘에 안 들어도, 색깔 잘못 와도 일단 여행은 떠나야 되니까(…)
리: 그만큼 불만 처리도 힘들 것 같습니다?
김: 그렇죠. 다른 제품이야 쓰다가 불편하면, AS받고, 그것도 안되면 환불 받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여행용품에 문제가 생기면, 여행 자체를 망치게 돼요. 여행 중에 캐리어 바퀴 깨지기라도 하면 바로 헬게이트가 열리는 거죠.
리: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하나요?
김: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엔 확실히 처리하자는 주의에요. AS를 위해 새 제품을 외국으로 DHL을 보낸 적도 있어요. 유럽여행 중에 배낭 어깨끈이 뜯어져 버렸다 하는데, 다행히 일주일 동안 한 도시에 머문다기에 게스트하우스로 같은 제품을 보냈어요. 우리 제품 때문에 여행에 방해 받으면 미안하고, 또 그런 경험이 공유되면 우리도 곤란하니까요. 그런데… 이 얘긴 안 쓰면 안 돼요?
리: 왜죠?
김: 죄다 보내달라고 하면 DHL 비용이 많이 나와서(…)
리: ……
김: ……
5. 과연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리: 그렇게 해서 브랜딩과 마케팅예산 없는 트래블메이트의 최고 경쟁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겠죠.
리: 디테일이라니, 예로 어떤 게 있을까요?
김 : 저희가 여행용 배낭으로 시작해서 배낭으로 설명하자면.. 사실 여행갈 때 굳이 집에 남아도는 게 등산배낭인데 굳이 여행용 배낭을 돈 주고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저희 배낭은 여행용으로 특화된 기능들이 많아서 돈 주고 살 필요가 있습니다.
리 : 예를 들면..?
김 : 여행용 배낭은 등산배낭보다 더 자주, 빈번하게 배낭을 열고 닫거든요. 근데 기존의 등산배낭은 자루형이라 안에 뭘 꺼내려면 죄다 빼내야 하잖아요. 그래서 좀 더 편리하게 쓰기 위해 지퍼시스템으로 270도 쫙 열리게 만들었어요. 또 도난문제도 있으니 지퍼에도 자물쇠 달 수 있게 고리를 만들고, 여권하고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히든포켓도 만들고…
리: 신박한데, 누가 디자인하나요?
김: 회사 내에 제품개발실이 있지만, 전 직원이 한다고 보면 될 거에요. 직원들 아이디어로 시제품을 만들고, 또 직원들이 테스트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피드백을 얻는 거지요.
리: 앞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은 방향이나 비전을 이야기해 보죠.
김: 저희 회사가 과거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성장했고, 직원들의 능력이나 회사의 문화도 제 그릇보다 훨씬 커졌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키운다라기보다… 이제 우리 회사와 조직원들이 스스로 좋은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토대를 통해 회사가 더 성장할 거라 보고요. 뭐.. 그러다 망하면 할 수 없고…
리: 망하면 드디어 여행갈 수 있겠군요.
김: 그랬으면 좋겠네요. 출장으로 쌓은 마일리지가 백만 넘으니(…) 망하면 같이 동남아나 가시죠…
리: 남자끼리 동남아라니, 개저씨력이 의심스럽습니다.
김: …..
리: 남주임만 스카우트하려 하는 더러운 세상, 직원 뽑는 기준을 이야기해 보시죠.
김: 음… 체제 순종적이고 제 말 잘 듣는 사람?
리: ……
김: 마무리 단계이니 좀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즐겁게 사는 사람이 좋아요. 본인이 일하는 곳에서 재미도 찾고, 그 재미를 전파하고… 회의적인 사람들은 좀 힘든 게, 그런 사람들은 좀 주변을 많이 지치게 하거든요. 자기가 즐거운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 일을 오랫동안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리: 회사에서 즐겁게 놀다가 깽판 된 회사 많이 봤습니다. 우리는 애들이 출근을 안 합니다
김: 제가 좀.. 인상이… 유흥이나 단란…에서 꽤나 마이크 좀 잡았을 거 같다는 이야기 많이 듣는데… 20대 말에 창업해서 30대 대부분 여유 없이 일하느라 보냈거든요. 그래서 골프나 낚시, 유흥같이 돈,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가 없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좀 아쉬워요.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 보여요. 외국 애들은 직장 다니며 모은 돈으로 장기여행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국에선 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하루, 이틀짜리 휴가 쓰지 말고, 장기휴가 내서 여행가라고 권해요. 어차피 돈 모아봐야 집값 모으기도 어렵고(…)
리 : 내 집 마련하지 말고 여행가라니 무책임한 대표님이군요.
김 : 제가 자주 하는 얘긴데.. 목돈 생겼을 때 “그 돈으로 여행이나 갈 걸..”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있어도, 여행 갔다 와서 “그 돈으로 저축이나 할 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못 봤어요.
리: 그렇게 여행을 부추겨 직원들에게 회사 제품을 강매시키는 거군요.
김: 제품은 그냥 줍니다(…) 월급 모아 집 사기 힘든 세상이라 직원들에게 전월세 주택보조금도 지원합니다. 그러니 많은 지원을 좀…
리: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홍사덕.. 아니 트래블메이트 대표님이었습니다.
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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