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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역

 

일본 시코쿠 북동쪽의 평화로운 항고도시 다카마쓰에서 기차 여행을 시작하자. 이곳은 가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이기도 하다. 아담한 시가지를 산책하며 새로운 가게를 발견하고, 식당마다 다른 우동 맛을 비교하다보면 기차 탑승일을 미루게 될지도 모른다.

 

 

우동 한 그릇 더!

 

"이건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우동과도 달랐다. 우동 면발이 쫄깃하고 신선하며 국물 맛도 완벽했다. 게다가 가격도 굉장히 싸다. 너무 맛이 있어서 한 그릇 더 시킨다. 덕분에 오랜만에 배가 불러서 행복한 기분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중)

 

다무라 카프카가 식욕 왕성한 15세 소년이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떤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그 이유만은 아니다. 소설 속 무대가 다카마쓰란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만일 당신이 다카마쓰에서 처음 우동을 맛본다면 면을 후루룩 삼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퍼질 것이다. 우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예외가 아니다. 이건 그냥 우동이 아니라 사누키 우동이니까,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 같은 묘사도 그 맛에는 미치지 못할 테니 차라리 우동 먹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자. 사누키는 다카마쓰가 속한 가가와 현의 옛 지명이다. 사누키 우동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가마아게와 차가운 봇가케로 나뉘며 별다른 간을 하지 않는것이 정석이다. 쫄깃한 면발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가게 우동에 쓰유를 곁들이는 붓가케가 좋다. 면을 한 젓가락 집어 들고서 생강과 파를 섞은 쓰유에 살짝 찍어 먹으면 된다. 겨자와 식초, 미소를 섞어 만드는 가가와 전통 소스도 있다. 면은 밀가루와 소금, 물만 섞어 손수 반죽한다. 면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여서 면발에 집착하는 이는 소스를 생략하기도 한다.

 

 

 


 

다카마쓰 힙스터는 부둣가 창고로 간다.

 

다카마쓰에서 가장 새로운 풍경은 시내 북동쪽 부둣가의 80여년 된 창고에 있다. 다카마쓰 항구로 들어온 선박의 화물을 보관하던 창고에 들어선 기타하마아리, 수십 년간 버러져 있떤 4동의 창고에 2000년부터 카페 겸 델리카트슨 206 츠마무를 시작으로 샵, 레스토랑, 바와 카페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 총 18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206 츠마무 맞은평 엘리먼트는 7년 전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소품 샵으로, 눈이 정신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곳이다. 사방에 아기자기한 디자엔 제품이 널려 있고, 2층에는 알록달록한 구식 길거리 게임기가 빽빽하다. "100엔짜리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젊은 주인 후지사와 마사히로가 말한다. "오늘은 아쉽게도 쉬는 날이지만요, 이런 게임기는 일본에서도 희귀한 거에요" 게임기뿐 아니라 귀여운 피규어와 문구류 등 소품 하나하나 주인의 취향이 밴 것들이니 이곳은 그의 아지트나 다름없다.

 

 


 

도고온센 역

 

다카마쓰에서 출발해 시코쿠 북쪽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가자, 이따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에히메 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시코쿠 최대의 도시인 마쓰야마는 다카마쓰에서 160km가량 떨어져 있다. 기차로 약 3시간 30분 거리이고 마쓰야마 역 앞에서 구식 노면전차를 타고 25분쯤 달리면 종점인 도고온센 역에 도착한다.

 

 

 

자욱한 증기에 휩싸인 목욕탕 안에서의 시간의 흐름이 무색해지는 법이다. 오래된 목욕탕에서는 더 그렇다. 아담한 대중탕을 에워싼 화강암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탕 한가운데에 온천을 다스리는 두 신 오쿠니누시노미코토와 엄지손가락만한 스쿠나노히코나노미코토 석상이 미소를 띈 채 서 있다. 두 신의 발치에서 서너 명의 온천객이 무심한 얼굴로 몸을 담그고 있다.

 

이곳은 1894년에 지은 도고온센혼칸의 대중탕인 가미노유다.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는 도고온센 온천수의 역사는 3,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3층짜리 도고온센혼칸 건물은 압도적이고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이곳이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따는 소문은 사실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무대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낡은 나무 사물함, 동그런 계기판이 달린 구식 체중계, 나무로 만든 목욕탕 의자와 바구니, 온천을 다스리는 두 신을 그린 그림. 이 같은 정겨운 풍경과 도고온센 특유의 복잡한 온천욕 코스는 1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온천욕 코스는 총 4가지 인데, 그 중 가장 저렴한 것이 가미노유만 이용하는 코스다. 여기에 2층 휴게실에서 말차와 전병을 즐길 수 있는 코스, 고급 탕 다마노유를 이용하는 코스, 3층 개인식을 이용하는 코스까지 있따. 참고로 나쓰메 소세키가 즐긴 것은 다미노유에 3층 개인실을 이용하는 코스였다고 한다.

 

뜨근하게 몸을 데운 후엔 도고온센 앞의 아담한 아케이드로 가서, 색색의 유카타를 걸치고 게다를 신고 다니는 온천객 무리에 합류하자. 불 밝힌 아케이드에는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노란색, 녹색, 팥색의 동글동글한 삼색 당고, 에히메산 귤로 만든 젤리나 음료, 마쓰야마의 명물 타르트 등 100년 전으로 돌아간 온천욕은 이렇게 달콤하게 끝난다.

 

 

 

 


 

이노 역

 

마쓰야마에서 기코쿠 남부의 중심도시 고치까지 기차를 탈 경우, 해안선을 따라 돌아가므로 오래 걸린다. 버스를 이용하면 산맥을 가로질러 2시간 30분만에 고치 역에 도착한다. 고치 시에서 전차로 10분 거리인 작은 마을 이노에는 특별한 즐거움이 기다린다.

 

 

일요일 오후, 고치 역에서 이노 역으로 가는 전차 안에서 운전수와 차장은 1쌍의 인형처럼 완벽하게 합을 맞춘다. 운전수는 복잡한 구식 계기판을 악기 연주하듯 다룬다. 이따금 둘은 동시에 오른팔을 대략 45도 위로 쭉 뻗은 채 둘째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킨다. 둘 다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열중해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듯 하다. 반면 뒤쪽의 좌석은 평화로운 풍경이다. 따뜻한 해를 쬐며 좌석에 앉아 있는 이들의 얼굴이 행복하게 빛난다. 대부분 이웃 마을로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전차는 작은 마을과 들판과 수풀 사이로 난 좁은 철로 위를 달려 이노 역에 정차한다.

 

이노는 고치 현, 서쪽의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전차에 내려 일본에서도 맑기로 유명한 니요도 강을 따라 택시를 타고 달린다. 이곳 주민 다수가 부추, 생강 등을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여행자를 기다리는 것은 의외로 전통 종이 공예와 프렌치 요리다.

 

"나무 판으로 물을 적당히 뜨고 풀 덩어리가 가라 앉을 때까지 몇 초 기다린 뒤 물만 따라내세요" 19년 경력의 도사 종이 공예 강사 이토씨의 발랄한 목소리다. 그녀는 팔을 걷어붙인 채 굼뜨게 작업중인 학생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작업을 도와준다. 이곳은 도시와시 공예 마을의 크라우드 공예 체험 공간. 도사와시는 '종이 뜨기'라는 전통 제조법으로 만든 닥나무 한지인데 이노 지역에서 생산한 도사와시는 수백 년 전부터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크라우드의 종이 뜨기 클래스를 신청하면 전통 방식 그대로 도사와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닥나무 원액에 화학 풀과 펄프를 섞어서 사용한다는 점만 다르다.

 

 

 

종이가 마르는 동안 아담한 정원을 감상하며 프렌치 코스 요리를 맛볼 시간이다. 공예 체험 공간 옆에 있는 내추럴 테이스트 레스토랑에서 현지의 제철 식자재를 사용한 프렌치 요리를 낸다. '오늘의 런치'를 시키면 수프와 빵, 샐러드, 메인 요리, 후식까지 나온다. 오늘은 닭고기 푸알레. 요리에 사용한 채소부터 메인 요리까지 하나같이 부드러운 맛이다.

 

 

 

원문:https://brunch.co.kr/@lonelyplanet/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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