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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부의 애드먼턴은 어떨까. 평원과 단풍에 둘러쌓인 젊은 도시에서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외딴 도시에 오다

 

창밖 풍경이 광활하다. 밴쿠버를 출발한 비행기는 로키 산맥을 넘어 날고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나라 캐나다의 동쪽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가 인도양과 맞닥뜨릴 텐데, 그 사이에는 초원과 황무지, 호수와 동토가 뒤섞여 있을 것이다. 저 먼 곳 아득히 보이는 지평선으로는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눈 아래의 평원은 바둑판처럼 격자로 질서 정연하게 나뉘어 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차곡차곡 갈아놓은 논밭, 혹은 외계인이 색다른 형태로 만든 미스터리 서클 같다. 수십 개의 거대한 사각형 위를 지나던 비행기는 V형태의 공항에 착륙한다.

 

 

 

앨버타의 주도 애드먼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한 대도시이자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가을 한복판에 들어선 애드먼턴은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하다.

도시를 관통하는 노스 서스캐처원 강 주변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단풍 나무가 발산하는 빛.

이 지역의 단풍은 캐나다 동부와 달리 대부분 황금색을 띤다. 페이스트리의 속살처럼 겹겹이

쌓인 단풍 위로는 다운타운의 고층 빌등이 솟아 있다.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에서 원숙함보다는 풋풋하다.

 

 

 

캐나다 애드먼턴 여행의 시작은 서스캐처원 강변의 작은 모피 교역 기지.

원주민과 교역을 위해 모험심 강한 무역상과 카우보이들이 작은 마을들을 만들었다.

원주민은 주로 비버 가죽을 가져왔고, 무역상들은 그 대가로 두툼한 블랭킷, 생필품을 지불한다.

 

그러다가 철도가 연결되어 마을 규모가 점점 커져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 시기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애드먼턴에 밀려 왔다. 그때는 주택도 부족하여 많은 이들이 천막을 치고 생활했다.

 

포트 에드먼턴 파크에서는 모피 교역에서 시작해 20세기 초반까지 도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각 시대별로 거리와 마을의 모습을 재연해 놓아 불과 몇 분 만에 수십년을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증기기고나차가 지나가면 클래식 자동차가 뒤따라 오고, 잠시 후 세간을 실은 짐마차가 따라온다.

 

공원 안 셀커크 호텔 1층의 마호가니 바에서 구식 칵테일을 주문해 마시다보면, 술집 문이 활짝 열리며

리볼버와 산탄총으로 무장한 갱단이 나타날 것만 같다. 공원 입구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을

몇 번이나 겪는다. 실제로 이곳에 들어선 건물과 부대시설의 약 80%가 진짜라고 한다. 비록 1920년대 바에는

총잡이 대신 구렛나룻을 기른 연로한 노인이 조신하게 입장하고 컨트리 음악 공연에서는 주로 커버곡을 열창하지만 말이다.

 

 

 

 

 

 

구 대륙에서 신 대륙으로.

 

현실과 역사의 교차는 또 다른 장소에서 펼쳐진다. 시내에서 빠져나와 30분쯤 달리면 도착하는 우크라이나 문화유산 마을이 그 무대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가 겪어온 일상의 편린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세심하게 알려준다. 역사 박물관부터 연구기관, 초기 이주민의 생활을 재현한 마을까지 갖춘 타임캡슐 같은 곳이다. 우크라이나인은 1892년부터 앨버타 주에 이주해 캐나다의 기틀을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3년 동안 성공적으로 정착해 살면 160에어의 땅을 무상을 줬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기회였어요. 척박한 땅을 일궈 농사를 짓는 일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자주 겪던 일어어서 도전해볼 만 했죠"

 

우크라이나 이민자의 후손으로 문화유산 마을의 홍보 담당자 데이비드 머코스키가 말한다.

 

마을을 거니면 우크라이나 전통 목조 가옥과 그리스 정교회 건물들도 보이고 목재상과 곡물 창고, 간이역도 보인다. 앨버타 주 곳곳에 남아 있던 20세 초 건물을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고증에 따라 외관뿐 아니라 실내의 가구 배치까지 완벽히 재현했다. 단순한 '민속촌'을 뛰어넘은, 살아 있는 박물관 그 자체이다. 이민자의 삶과 캐나다의 문화가 은연 중 담겨 전해진다. 그들을 향한 연민과 감튼의 감정마저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원문: http://brunch.co.kr/@lonelyplanet/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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