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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 교토여행 48시간 2부





히가시야마


아침 식사는 케이스 카페 오기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해결해라. 교토 동쪽의 히가시야마에 오르기 전 초입에 자리한 이 카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물건은 커피 머신이고, 나머지는 최소 환갑은 넘었을 것이다. 계산기와 테이블, 탁자, 시계, 우산꽂이 등은 모두 지긋한 골동품이다. 오리지널과 전통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교토 토박이 주인의 소장품이라고 한다. 아침 샌드위치에는 매일 빵집이 직접 주문해 받아오는 부드러운 도에 파스트라미를 듬뿍 넣었다. 1918년 제작한 계산기가 뱉어내는 옛날 스타일의 영수증도 꼭 챙겨라








기요미즈데라 입구는 벌써 장사진이다. 선생님을 따라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는 유치원생 무리부터 살짝은 자유롭게 짝을 지어 움직이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 불병과 카메라를 쥐고 천천히 걸어가는 백발의 서양인과 기모노 차림의 중국인 여행자까지,



이런 인파는 기요미즈데라가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쉬지 않고 몰아칠 것이다. 교토가 도읍으로 지정되기 전 778년, 이미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시민들의 신앙심을 이끌어내던 기요미즈데라. 사찰의 이름은 인근에 흐르는 맑은 폭포에 유래했다. 도라이를 지나 본당의 관음상에게 예를 올리고 기요미즈의 무대에 오르면, 산으로 둘러싸인 교토 전체가 굽어보인다. 교토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본 교토는 매우 평온하다. 물론 가끔 결의에 찬 사람은 410여 개의 노송나무 판자를 깔아 축조한 높이 12미터의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기도 했었지만, 이 용감무쌍한 행동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었는지, 교토 사람은 아직도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 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별 탈 없이 무대에서 걸어 내려온 여행자들은 각각 지혜, 연애, 장수를 상징하는 맑은 물줄기로 목을 축여본다.






기요미즈데라를 벗어나면 46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산넨자카와 17개의 돌계단으로 된 니넨자카를 만나볼 수 있다.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전통적 외관의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즐비하고 있는 교토의 명소다.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 진위를 확인할 길은 사실 없다. 조심해서 계단을 내려오라는 의미일 것으로 추정된다. 몇백 엔짜리 군것질거리를 사먹고 수백만 엔짜리 도자기 기요미즈야키를 구경하며 천천히 돌아다녀보라.


산넨자카에서 니넨자카로 접어드는 장소에는 제법 그럴듯한 여행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교토에서 메밀 소바로 명성을 쌓은 유키야는 산넨자카에서도 그 지점을 운영한다. 1929년 영업을 시작한 본점은 폰토초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가다 이곳에 들러 말린 청어 1마리를 얹은 냉소바를 주문하자. 번잡한 관광지에서 접하는 그저 그런 음식이 아니다. 아까울 만큼 탱탱한 식감이 괜찮다.





늦은 오후로 접어들면 슬슬 기온의 거리로 향하라. 토박이, 뜨내기 모두 저녁에는 기온을 배회할 터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기온의 교토의 만은 신사를 참배하러 오는 여행자를 상대하며 자리를 잡았다. 최근 교토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연간 약 5천만명이니까 기온을 수놓은 무수한 가게의 불이 꺼질일은 없겠따. 기온에서의 저녁 식사는 교토식 초밥으로 입맛을 돋궈보자.


기온 야사카진자 입구 건너편에 위치한 이즈쥬는 1세기를 이어오며 초밥 애호가의 순례지처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초에 절인 고등어를 통째로 사용한 샤바스시가 이곳의 대표메뉴이다. 이즈쥬의 사바스시는 김밥처럼 말아서 내는 보우스시 스타일인데, 고등어와 밥을 잘 맞물리고 다시마를 둘러 마무리한다. 





기온의 밤거리에서 게이코나 마이코를 만나기란 기대만큼 쉽지 않다. 기모노를 입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여성은 십중팔구 여행하러 온 사람들이니까.

간혹 고급 레스토랑, 오차야가 몰려 있는 기온 하나미코치를 걷다가 진짜 게이코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여나 아무일 없어도 실망하기엔 이르다.


어스르한 여름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온의 밤을 음미하기엔 충분하니까.






원문:http://lpmagazine.co.kr/archives/2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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