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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통합과학 교육은 과학의 모든 분야를 하나의 틀 내에서 다루려는 시도이다. 대학입시라는 괴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통합과학은 ‘빅뱅’ 우주론으로 시작한다. 빅뱅이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자, 그럼 이제부터 빅뱅이 왜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스마트폰에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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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작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충전기는 발전소에서 보내준 220볼트의 전기를 5볼트로 바꾸어 스마트폰에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전기는 주로 화력이나 원자력을 이용해서 얻는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을 태워 수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결국 전기는 석탄에서 온 거다. 그렇다면 석탄에 들어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3억 년 전 엄청난 양의 식물이 땅에 매장되었다. 식물이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을 진화시켰다. 리그닌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식물이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묻힐 수 있었다. 이렇게 묻힌 식물의 ‘시체'(?)가 바로 석탄이며, 이 시기를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라 부른다. 즉, 석탄은 식물에서 온 것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광합성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산화탄소에 전자를 몇 개 넣어주고 양성자를 첨가해주면 유기물 ‘당’과 에너지원 ‘ATP’가 만들어진다. 이산화탄소는 당신과 같은 동물이 호흡할 때 내뱉는 것이다. 동물이 없으면 식물도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전자는 물에서 떼어내어 얻는다. 그래서 식물에 틈틈이 물을 줘야 한다. 물에서 전자를 어떻게 떼어낼까? 여기에는 외부의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바로 태양빛이다. 빛에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은 해수욕장에서 등을 그을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결국 석탄에너지는 태양에너지가 식물의 형태로 땅에 묻혀 있는 것이다. 땅 속에 있는 죽은 유기 탄소의 양은 지구상 생물체 전체보다 2만 6,000배가 많다.

 

태양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태양은 46억 년 전 태어났다. 수소 원자들이 중력으로 뭉쳐서 점점 커지다 보면 중심부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고 온도도 높아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무려 1,500만 도라는 온도이다. 이쯤 되면 수소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며 헬륨이라는 새로운 원자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마술 같은 이야기지만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이 대부분 이렇게 빛을 낸다.

 

그렇다면 태양을 이루는 수소는 어디서 온 것일까?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폭발로 시작되었다. 빅뱅의 순간 이 거대한 우주는 점 하나의 크기에 불과했다. 우주가 팽창하며 온도가 낮아졌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음이 되듯이, 뜨거운 우주 수프(?)에서도 양성자와 전자 같은 단단한 물질이 생겨난다.

 

온도가 더 내려가면 양성자 한 개와 전자 한 개가 결합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수소이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구조의 원자이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75%가 수소이며, 이들은 대부분 빅뱅의 부산물이다. 즉, 태양의 에너지원은 빅뱅이다. 결국 스마트폰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빅뱅과 연결된다.

 

거의 필사 수준으로 기록한 것이다. 최소한 이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문장에 실로 다양한 과학분야가 망라 돼있다. 전자기학, 고생물학, 생화학, 핵물리, 우주론이 그것이다.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단지 과학책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과학에 인문학을 접목해 이 세상의 전모를 파헤치려 한다. 그의 말마따나 “전문가는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우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되지 않을까?”

 

파키디오트(Fachidiot)라는 말이 있다. 전문가 바보라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선 전문가이지만 그외의 분야에는 문외한인 사람. 현행 교육은 그런 사람만 양산한다. 그저 전문가 대접만 해주면 양순하게 기득권에 빌붙는 사람이다. 세상을 망치는 주범들이다.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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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최준영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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